대회 날이 다가올수록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지만,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대회 당일, 안타깝게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점검하고 몸을 푼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경기인 수영을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출발 경적과 함께, 천여 명의 철인들이 힘차게 보문호의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늘 훈련했던 수영장과 달리 보문호는 30㎝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물속이 흐렸고,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호흡이 가빠졌다. 수백 미터를 가서야 안정 단계에 이르렀고, 내 페이스를 찾아 무사히 수영을 마칠 수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바꿈터로 가 수영 슈트를 벗고 사이클을 탈 때 즈음에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속도계는 먹통이 되었고, 미숙한 기어변속 때문에 경기 도중에 체인이 두 번이나 풀리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보문단지 4바퀴를 돌고 나서야 자전거 경기가 끝이 났다.
이제 대미를 장식할 마라톤만이 남았다. 하지만 사이클을 마쳤을 때 이미 무릎과 허리가 너무 아팠다. 훈련을 할 때에는 마라톤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에 있는 관절에 통증이 전해지는 듯했고, 꽤 많은 선수들이 나를 추월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씁쓸하기도 했다.
5㎞ 반환점을 돌 때 즈음 친구들의 응원 소리에 다시 한번 젖 먹던 힘까지 끌어냈다. 걷고 뛰는 것을 반복하기를 수차례, 드디어 저 멀리 골인 지점이 보였다. 마지막 걸음을 내딛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시간 안에 완주한 게 맞나’ 생각하던 찰나, 대회 스태프가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 주었다. 그제야 ‘내가 해냈구나’ 실감이 났다.
2시간 57분 3초. 나의 첫 트라이애슬론 완주 기록이다. 자랑할 만큼 뛰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정해 두었던 목표인 3시간 이내에 들어왔다.
완주 후 운동하지 않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1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이 도전기를 쓰기 위해 다시 꺼낸 경기장의 광경과 함성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설렘이 떠올라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기억보다, 치열하게 수영을 하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힘들게 피니시 라인을 뛰어 들어오던 순간이 먼저 떠올라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격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