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삶은 불연속적이고 단절적이다. 삶의 한 구석에 늘 불안정성이 온존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하며 육아휴직은 수당을 얹은 육아퇴직의 길이 됐다. 한국의 여성들은 소리 없는 ‘출산 파업’ 중일 수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17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개최된 제109차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날 포럼은 ‘양성평등정책의 추진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신 교수는 ‘불안정 시대의 성평등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신 교수는 “저성장, 경제위기 시대의 성평등 정책은 총체적으로 불안정한 여성의 삶에 주목하고 결혼, 출산, 육아 등 여성의 삶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계기들을 해체해 나가야 한다”며 “2017년 한국사회라는 사회적 조건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성평등 정책과 방향을 구성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을 이해하고 사회구성원의 욕구(needs)를 파악하는 일이 성평등정책에서도 필수적이라는 게 교수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경제위기와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성평등 정책은 경제적 프레이밍에서 맞춰 진행돼 왔으며, 여성경제활동 향상은 비정규직 고용률을 증가시킴에 따라 노동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중심적 경제정책은 성평등의 목표를 ‘여성고용률 향상’에 국한함으로써 파트타임 고용을 증가시켰다. 고용률을 높이려 하니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라며 “노동자의 해고와 이동을 손쉽게 해 노동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여성은 비전형적 일자리에 더 많이 충원돼 성별 불평등성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성장과 성평등의 목표가 충돌할 때 성평등 의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성별 불평등이 강화되는 정책이 채택되기도 했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는 당연한 것이만 ‘왜 그것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경제 발전’이 첫 번째 순위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우리사회의 성평등 정책 방향에 대해 “한국사회의 여성들이 살고 있는 현재가 총체적으로 불안정한 삶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1인 가구, 비정규직, 성별 임금격차, 고용률, 짧은 근속년수 등 수많은 지표를 살펴보고 여성의 삶을 불안전성의 프레임으로 분석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은 퇴직으로 향하는 노동시장 이탈구(離脫口)가 되고 있다. 이탈계기가 되는 상황을 없애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의 진행으로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진욱 서강대학교 교수,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가족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패널토론을 이어갔다.
이명선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논의된 의견들이 향후 수립될 ‘제2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등 중장기 양성평등정책 추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잘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정책포럼’은 우리사회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그동안 정부와 국회, 학계,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 양성평등정책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해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논의의 장으로 2002년 이래 매년 6회 이상 개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