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국내 전문사모운용사(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한 펀드 설정을 검토하고 있다. 사모펀드 설정에는 법률적 제약이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광풍’에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에서 첫 타자로 나서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5일 IB업계에 따르면 PEF들과 국내 헤지펀드 수 곳이 금융당국에 비트코인 펀드 설정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다. 로펌에 수억 원대의 자문비용까지 들여 비트코인 펀드 출시를 목전에 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중인 투자 형태는 펀드, 특정금전신탁 편입 등 다양하다.
현행법상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한 ‘사모펀드’는 법률적 제약 없이 만들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6조는 집합투자의 정의를 두고 ‘재산적 가치가 있는 투자대상자산’이면 취득·처분·운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실제로는 거래가격이나 방식을 상상하기 어려운 석유·해양 자원 등 다양한 가치·자산에 대한 펀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같이 선(先) 등록이 아닌 ‘설정 후 보고’만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서 인가받은 운용사라면 어디든 비트코인 사모펀드를 설정한 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기만 하면 된다. 금감원이 보고된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자산의 부적절성을 문제 삼은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아직 비트코인 펀드가 등장하지 못하는 데는 법률이나 규제와 별개로 금융당국의 비트코인에 대한 ‘단속’ 위주 태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가상통화 투자시 유의사항’을 발표한 데 이어 디도스(DDoS) 공격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사례 등에 대해 금융권의 대응태세를 일제 점검하기도 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사후 보고만으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공모펀드와 다를 것은 없다”며 “투자자산에 공정한 시장가격이 매겨지기 어렵거나 투기성향을 띄는 등 건전하지 못한 자산인 경우 변경요구 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가받은 헤지펀드가 아닌 경영참여 목적의 PEF가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의 집중포화를 받을 수 있다. PEF가 비트코인 자체에 투자하려면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하고 남은 잔여지분에 한해서만 주식·채권 투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고 비트코인이 주요 투자자산이 되거나 펀드명에 비트코인을 주력으로 홍보하면 법에 위반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사모펀드 자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문제 삼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빌미로 다른 방식의 검사나 제재가 들어올까 우려된다”며 “설정 준비를 모두 마친 운용사도 첫 타자가 되기를 꺼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