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최초로 연임에 성공하는 회장이 나올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자 금융당국의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이 금융당국 인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전례 때문이다.
역대 3명의 KB금융 수장 중 임기 3년을 다 채운 인물은 어윤대 전 회장뿐이다. KB금융은 여러 이유로 지배구조의 부침을 겪었다.
KB금융은 정부의 지분이 없지만,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이었던 주택은행과 합병을 통해 출범해 낙하산 인사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지주사 회장이나 국민은행장 등 경영진 인사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KB금융의 지배구조는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국민은행장 다음으로 막강한 권한이 있는 상임감사는 2년 넘게 비어있다.
윤 회장은 2014년 말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사이의 충돌로 빚어진 이른바 ‘KB사태’의 소방수를 자처한 만큼 갈등 요소를 줄이기 위해 여느 금융회사들과 다른 형태를 유지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만료된다. 지난해 1월 친정으로 복귀한 김옥찬 KB금융 사장은 올해에도 이사회에 합류하지 못해 입지가 좁아졌다. KB금융 사장은 과거 사내이사로 선임돼 2인자의 위상을 지켰다.
이론적으로 연말에 KB금융의 서열 1, 2, 3위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은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KB금융이 6여 년 만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를 재탈환하는 등 경영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회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무난한 성격으로 외부에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다만 확실한 우군도 없어 금융당국의 인사 소용돌이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와 행정고시(25회) 동기이지만 관료가 아닌 회계 분야 민간전문가로 출발점이 달라 접점이 없다.
금융위원장 내정으로 예고된 금융당국의 고위급 연쇄 인사도 KB금융에 부담이다.
차기 금융감독원장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장이 바뀌면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한다. 관례상 승진한 지 1년 이내의 임원을 제외하고 모두 물러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KB금융의 요직을 관료 출신이 많이 차지해온 만큼 금융당국의 인사 태풍이 미칠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