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특목고· 자사고 폐지가 능사인가

입력 2017-06-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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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땅이 좁아 그런지 유독 평준화(平準化)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 미국, 중국처럼 땅이 넓은 대국들은 지역별로 무슨 차이가 나거나 개인별로 어떤 능력 차이가 나타나도 대체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잘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식이 다른 집 애들보다 공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듯 보이면 이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교 입학이 과열현상을 빚자 고교 평준화라는 정책을 1974년 전격적으로 도입, 실시하였다. 고교별로 학력 차이가 나는 것을 시정하고자 한 조치였다. 그 정책은 성공하였는가? 예전의 명문고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신흥 명문고인 외고와 과학고가 등장하였고, 이들 신흥 특목고의 명문대 진학률은 과거 명문고 시절보다 훨씬 더 심해진 결과를 낳았다. 과거엔 지방 학생들도 지방 명문고를 통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방 학생들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그뿐인가? 과거에는 지방별로 교육거점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들 거점이 일시에 사라지자 사람들은 강남의 교육거점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강남 8학군’에 대한 교육 수요가 폭발하는 계기가 되어 강남의 집값을 천정부지로 밀어올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1980년 집권한 신군부는 당시 ‘불법과외’를 망국병(亡國病)이라고 규정하고 과외교습을 일절 금지하는 서슬퍼런 조치를 내린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과외 금지 조치는 그 뒤 유명무실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명문 과외학원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켜 사람들은 대치동 소재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서슴지 않게 되고, 대입 학원이 준재벌화하는 지구상 유례없는 기현상(奇現象)을 낳게 된다.

최근 지명된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특목고인 외고, 국제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할 모양이다. 그의 생각과 달리 서울에서는 외고·자사고 5곳 모두 재지정됐는데, 특목고 폐지는 현대판 고교 평준화 정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결과는 일시적일 뿐,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신흥 명문고가 생기고 이 명문고가 있는 새로운 ‘강남 8학군’에 대한 뜨거운 수요가 나타날 게 자명하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고교 평준화를 부르짖는 사람들마저도 그 속마음에는 내 자식이 다른 사람들 자식보다 더 좋은 대학에,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면 하는 원초적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무시한 어떠한 평준화 정책도 결국은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를 좀 더 들어보자. 노무현 정부는 당시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 목표를 내세웠고, 그 일환으로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정책을 추진했다.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결과는 어찌되었는가? 논밭을 소유한 현지인들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토지보상금’이라는 돈벼락을 맞았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그 천문학적 보상금으로 강남 부동산에 투자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강남과 지방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점이다.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알다시피 공산혁명이 성공한 나라이다. 공산주의(共産主義)란 무엇인가?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없이 모두 똑같이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 가지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자는 이상적인 정치이념이 아닌가? 그러면 그 결과는 어찌되었는가? 경제학에서 국가별 소득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은 대략 0.5 정도를 기록,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불평등한 나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0.3 정도를 기록, 주요국 가운데에서는 불평등 정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결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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