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더라도, 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심판 기조는 크게 작동하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대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진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사실상 전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보수진영에서 나온다.
현재는 광역자치단체장 17명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 등 8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사를 지낸 전남까지 합치면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절반 이상인 9곳을 이겼다. 자유한국당은 중도 사퇴한 홍준표 전 지사를 배출한 경남까지 포함하면 7곳이었다. 나머지 2곳은 바른정당 소속 단체장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29일 이투데이와 만나 “지방선거에서 보수가 궤멸할 것”이라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구시장 후보로 나오면 경북과 울산, 제주 정도만 살아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한 의원도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뽑으면 뭘 하나.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모두 관둬야 한다”고 했다. 지방선거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의미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5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현역 단체장 15명 중 지지도가 50% 미만인 단체장은 7명으로 이 중 5명이 보수야당 소속이었다.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가 47.3%였고,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46.5%,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40.3%를 기록했다. 한국당 내 친박근혜계 인사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35.3%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34.1%로 꼴찌였다.
특히 이 중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상대로 적게는 6.7%포인트(부산), 많게는 27.2%포인트(제주) 득표율에서 압도했다.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에서도 더블스코어로 홍 후보를 따돌렸었다.
보수야당의 지방선거 대패 위기설이 퍼지면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위기 돌파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혜훈 신임 대표 등 새 지도부를 꾸린 바른정당은 ‘보수 대수혈’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26일 대표 선출 뒤 “보수의 미래, 보수의 희망인 젊은 인재들을 찾아내고, 모셔오고, 키워내는 매머드급 보수의 대수혈에 앞장서겠다”며 “지방선거부터 전진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에선 보수통합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당대표 도전 중인 원유철 의원은 범보수 대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신상진 의원도 “(바른정당 의원에게) ‘반성해’ 이럴 때가 아니다”고 유화적 행동을 취했다. 다만 홍준표 전 지사만 바른정당을 ‘기생정당’으로 표현하며 흡수통합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한국당 다른 관계자는 “전국구로 후보를 내야 하는 지방선거에선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쉬운데 말(馬)이 부족하다”며 “통합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