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가 도입 전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답변 자료를 통해 “카드매출 비율이 높고 체납이 많은 주점업종에 대해 우선 (부가세 대리납부를) 도입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세법 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부가세 대리납부는 세금 탈루를 미리 방지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으며 국세청이 예전부터 필요성을 주장해 온 시스템이다.
문제는 한 후보자가 언급한 ‘주점업’에 대한 통일된 통계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통계청 제10차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주점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 가운데 ‘세분류’에 해당한다. ‘일반 유흥주점업’, ‘무도 유흥주점업’, ‘생맥주 전문점’ 등은 ‘세세분류’로 나눠져 있다. 국세청도 통계청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정부가 집계하는 기준과 달라 정부정책을 바로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더군다나 카드사마다 업종을 정의하는 판단 기준이 다른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흥주점에서 라면을 파는데 라면 매출로 발생하는 카드승인금액이 높을 경우 이 업체를 유흥주점이 아닌 분식업종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갖는 카드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국세청은 사업자등록번호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반면, 카드사들은 가맹점등록번호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분류하는 주점업 개념이 카드사들과 다를 수 있다”면서 “국세청에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대상 업종을 선별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부가세 대리납부는 조세행정 편의주의에 입각한 정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점업에서 발생하는 카드승인금액 통계조차 없는 상황인 만큼 카드사들은 부가세 대리납부 도입 이후 발생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난해까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가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카드승인금액을 집계해 공표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산교체 작업을 실시하면서 이마저도 공유가 안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법에서 대상업종을 별도로 정하는 제도가 많다”며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기준을 따르게 될텐데, 대상에 대해서는 업계와 협의를 해 합의를 하면서 해결하면 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국세청, 여신금융협회, 일부 카드사와 이번 주에 회의를 열고 부가세 대리납부제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처음부터 모든 카드사가 도입하는 게 아니라 시범적으로 몇 개 카드사만 지정해서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