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경기 하락과 경기 침체 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올 하반기 저축은행에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만큼 시중은행도 저축은행도 LTV,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대상이 아니다.
2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8조2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5731억 원)보다 22.1% 늘었다. 지난해까지는 6~7조 원대 머무르다 올해 처음으로 8조 원을 돌파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증가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올해 3월 SBI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6412억 원으로 지난해 3월(3183억 원)보다 101.4% 급증했다. 다른 대형사인 HK저축은행(13.4%), OK저축은행(47.9%), 웰컴저축은행(7.6%), OSB저축은행(-0.2%), JT친애저축은행(51.1%), 한투저축은행(37.5%)보다 증가세가 빠르다.
업계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한 데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임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총량규제 대상이 아닌 사업자 대출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경기 악화 시 자영업자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은 LTV(담보인정비율)규제 대상이 아닌 만큼 LTV 70%를 넘는 고위험 대출이 많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주담대에서 LTV 70% 초과 비중은 67.2%나 된다. 집값 하락과 함께 부실해질 수 있는 고위험 대출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담보 대비 80%, 90%, 많게는 95% 이상까지 대출해주는 경우들이 있다”며 “저축은행이 위험성은 있어도 은행보다 더 대출해줌으로써 수익을 내왔는데 당국이 이를 조이면 영업 측면에서 타격이 있을 것”고 했다.
저축은행들은 이번달 말부터 20% 이상 고금리 가계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50% 추가로 쌓아야 해 순익 감소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충당금을 더 쌓는 만큼 순이익은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자영업자에게 LTV를 정확히 몇 퍼센트로 규제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한도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하반기 중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