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대형사의 자금력과 사전 영업력, 브랜드 파워에 밀렸지만, 상징성이 있는 만큼 강남 재건축시장 진입을 위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14구역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선정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국내 10대 대형건설사 중 한 곳인 롯데건설과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양강 구도로 맞붙었지만, 결국 대형건설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호반건설이 강남 재건축 수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주택사업만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가 13위까지 오른 호반건설은 지난해부터 강남권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신반포7차, 방배경남아파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공권은 결국 대림산업(신반포7차)과 GS건설(방배경남)에 돌아갔지만 호반건설은 자사 브랜드를 톡톡히 홍보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신반포7차의 경우 입찰 보증금만 600억 원에 달해 자금력이 없다면 나서기가 쉽지 않은 사업장이었다. 대형건설사와 비견할 만한 자금력을 갖추고 링 위에 올라 맞붙었다는 것 자체가 이슈였다.
중견건설사들의 강남 입성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에 물밑 경쟁을 치르는 사전 영업력에서 밀리는 데다 특화설계와 낮은 공사비로 조합을 설득해도 결국 브랜드파워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서초구 반포 일대 한 공인중개소 측은 “강남은 조합원,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자금력이 있어 낮은 공사비 같은 가격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형사 브랜드를 달고 아파트 가치를 높일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강남권에서 과거 아파트를 지었던 회사들이 주택 전문인 중견사들인데, 이들이 충분한 자금력과 설계, 혜택을 내세운다고 해도 결국 표심은 대형사로 쏠린다”며 “서울에 랜드마크 단지를 갖고 있지 않은 데다 브랜드 파워에서도 밀려 앞으로도 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반건설은 방배13구역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곳엔 우미·반도·신동아 등의 중견건설사들도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신축 가구수 2300가구, 예정공사비가 5700억 원을 웃도는 대규모 사업이어서 결국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등 대형사들만 입찰에 참여해 시공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호반건설이 최근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신반포14차 재건축 사업은 예정 공사비 700억 원에 신축 가구수가 300가구가 되지 않은 작은 사업장이어서 입찰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은 상징성이 큰 지역이어서 사업 과정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며 “대부분의 중견사들이 200가구 안팎을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