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간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상표권 사용 조건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자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거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장이 그룹에서 건전성이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1일 채권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2조 원을 웃돈다. 이 중 회사채(ABS 포함)는 1조1170억 원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돈은 8000억 원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2200억 원 수준으로 자체 상환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막대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시장성 차입과 금융기관의 만기 연장이 수반되야 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돼 채권단이 상환을 우선할 경우 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악화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도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756.9%에 달한다.
그룹 전반의 재무가 불안해지면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위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되면 9134억 원의 차입금에 조기상환조건(Rating Trigger)이 발동된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워크아웃(채권단 주도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채권단이 강공에 나선 배경은 금호타이어 매각 거래가 자칫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는 상표권료 문제 뿐 아니라 금호타이어의 재무제표 악화를 이유로 계약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 매각이 무산돼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채권단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박삼구 회장에게 퇴로를 열어준 뒤 거래 완료에 집중하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며 회사는 재차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며 “재무 위험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