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병서’로 간주되는 오륜서의 원본은 아주 짧다.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 원장으로 부지런히 책을 펴내 온 김경준 원장의 ‘경영멘토 김경준의 오륜서 경영학’은 오륜서를 경영과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다룬 책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다면 결코 나오기 쉽지 않은 책이다. 국내에 오륜서를 번역한 책은 있지만 해설서는 필자가 아는 한 없다.
13세에 결투를 시작해 검법을 연마하고 강호를 유랑하면서 60여 차례의 승부 경험을 가진 미야모토 무사시가 인생 말년에 집필하기 시작해 필생의 역작으로 펴낸 것이 ‘병법 35개 조’로 구성된 오륜서다. 도쿠가와 막부(德川 幕府) 시대의 200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병법서로 읽혔다. 따라서 손자병법, 오륜서 그리고 전쟁론이 세계 3대 병서로 꼽힌다.
이 책의 가치는 병법서에 그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서 인생의 승부장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승리에 이르는 전략과 리더십이 풍성하게 들어 있는 책이 바로 오륜서다. 자기경영, 인생경영, 기업경영 그리고 국가경영으로 적용 범위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에는 한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이 이끄는 여러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원저(原著)와 같이 땅, 물, 불, 바람 그리고 하늘의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땅의 장, 튼튼한 기초를 확립하라. △물의 장, 유연하게 응용하라. △불의 장, 실전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라. △바람의 장, 실전의 승부사여야 한다. △하늘의 장, 경지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라. 이처럼 다섯개 장의 타이틀인 짧은 문장들이 책의 성격과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조급하거나 교만해 기초를 충분히 다지지 못하고 실전에 나선 무사는 곧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어디 무사의 생각만 그런가. 세상살이에서도 허약한 토대를 기반으로 명성이나 부 그리고 권력을 쌓았던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토대를 쌓아야 하는가. 조급함이 더 나은 가치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미야모토 무사시의 제언은 평범하지만 핵심을 꿰뚫고 있다. “1000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1만 일의 연습을 연(練)이라 한다. 1000일, 1만 일 동안 수련을 거듭하면 반드시 필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유연성은 생사를 사는 지혜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하다. 원리나 원칙을 갖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는 닦았는데 유연성이 없으면 정체되고 응용이 어렵다.”
바람의 장에서 다루는 실전의 승부사는 ‘이기는 무사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 저자는 화려한 외양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무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과 인생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단한 수련을 통해 실력을 쌓고 이를 기초로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지에 오른 무사들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넓고 멀리 봐야 할 때와 가깝고 세밀하게 봐야 할 때를 구분해 시야를 단련한다.” 오륜서는 원저를 읽는 것도 좋지만 은유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해석이 여간 어렵지 않다. 저자의 쉽고 실용적인 설명이 오륜서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