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이미 가입자 한계에 봉착한 이동통신 3사가 ‘핀테크(ICT+금융)’를 앞세워 탈통신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통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술과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핀테크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EB하나은행이 설립한 합작 법인 ‘핀크’가 이르면 다음달 인공기능(AI) 기반 챗봇(채팅 로봇)을 탑재한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다. 상품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함구하고 있지만, 챗봇을 활용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 출시가 유력하다. 등록된 계좌의 잔액 조회 및 거래내역 을 조회할 수 있고, 환율·환전 조회, 지점 안내 등을 음성으로 문의하고 듣는 음성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핀크는 지난해 SK텔레콤과 하나은행금융지주가 각각 49:51 비율로 출자한 자본금 500억 원 규모의 모바일금융 합작 법인이다.
SK텔레콤이 핀테크 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와 통신비 인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이통3사의 수익성은 해마다 감소해 글로벌 평균을 밑돌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의 평균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전세계 평균이 40.4%,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도 40.3%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36.3%, KT는 33.5%, LG유플러스는 27.4%로 모두 세계·아시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 정부 들어 기본료(1만1000원) 폐지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기본료 폐지가 현실화되면 연간 7조2600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통신 3사의 영업이익 3조6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KT와 LG유플러스도 이미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KT는 지난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출범했다. 출범 후 70여 일 만인 지난 15일 수신액이 5200억 원, 여신액은 4800억 원을 기록, 여·수신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출범 당시 올해 목표를 수신은 5000억 원, 여신은 4000억 원으로 잡았는데 두달여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 케이뱅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여·수신액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24시간 가입할 수 있는데다 기존 은행과 비교해 수신 금리는 높고 여신 금리는 낮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초 KB금융그룹과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멤버십 플랫폼인 ‘리브 메이트’ 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가입자는 리브 메이트를 통해 통신요금 납부 등 기본적인 서비스뿐 아니라 홈 사물인터넷(IoT) 등을 KB금융그룹의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