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캐피탈업계 6위(자산 기준)인 아주캐피탈을 사들이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때 업계 2위일 정도로 영향력 있는 아주캐피탈과의 시너지를 통해 다음 달 자동차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여신협의회를 열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아주캐피탈의 경영권 지분 우회 인수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경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투자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번 투자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정부 잔여지분(21.4%) 매각과 금융지주 전환에 외부 변수가 생기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인수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짓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에 대한 투자를 완료한 뒤 다음 달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일괄매각 실패에 따른 대안으로 분할매각 방식을 택하면서 자동차금융에 있어 강세를 보인 알짜 회사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을 KB금융지주에 매각했다”면서 “이후 우리은행은 자회사인 우리카드에 캐피탈금융부를 신설하고 캐피탈업계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등 자동차 금융시장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왔지만 매출 증대 등 실적에 있어 한계를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자동차 할부금융 업무를 맡은 우리카드 내 캐피탈금융부는 전체 임직원 수가 약 40명 안팎에 그치고 있는 데다 위상도 본부 조직이 아니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액 7615억6279만 원을 기록하고, 올해 3월 현재 종업원 수 445명인 아주캐피탈을 우회 인수함으로써 캐피탈사업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매입하는 아주캐피탈 지분은 74.03%(아주산업 71.49%, 아주모터스 2.54%)로, 인수금액은 3100억 원(주당 7300원)이다. 아주캐피탈의 12일 종가(7800원) 대비 6.4% 할인된 가격이다.
우리은행이 1000억 원을 출자하고 과점주주인 키움증권(400억 원), 한국투자증권(100억 원)도 함께 자금을 투입한다. 신영증권(300억 원), IBK캐피탈(200억 원)도 동참해 출자 규모는 2000억 원이다. 여기에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모으는 인수금융 1100억 원을 보태 3100억 원의 인수금액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내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아주캐피탈을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선제적 지분투자”라며 “향후 우리카드와의 조직 개편 논의도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캐피탈업은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인가업이 아닌 등록업이다. 따라서 자산 규모와 대주주 적격성 등 부적격 요건만 없으면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다. 우리은행 내 캐피탈 관련 조직을 분사해서 아주캐피탈과 합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아주캐피탈이 업계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만큼 자동차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