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가 신발산업의 패스트화 물결에 합류했다.
나이키는 15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력의 2%에 달하는 약 1400명을 감원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경영 효율을 개선하려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일환이다.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디지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주요시장 타깃을 좁혀 전례 없는 속도로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스포츠의 미래는 진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사로잡는 회사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이키는 소비자와의 거리를 단축하려는 새 경영전략을 ‘컨슈머 다이렉트 오펜스(Consumer Direct Offense)’로 명명했다. 파커 CEO는 “나이키의 리더십과 조직의 변화는 새 전략의 실행을 간소화하고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키는 직원 감원과 더불어 현재 6개로 분류됐던 지역 구분을 북미와 유럽·중동·아프리카, 중화권, 아시아·태평양·중남미 등 4개로 재편하는 구조 개혁에 착수한다. 아울러 뉴욕과 파리 베이징 밀라노 등 10개국 12개 도시에 더욱 초점을 맞춰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신속하게 내놓기로 했다. 나이키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회사 성장의 80%가 이들 12개 도시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나이키는 소비자의 요구를 더욱 빨리 반영하고자 디자인에서 상품이 매장에 진열되기까지의 시간을 수주로 단축한 새 생산시스템 ‘익스프레스 레인(Express Lane)’을 올여름 중국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에서 생산된 제품은 상하이와 서울 도쿄 등 아시아 유망시장에 공급된다. 생산 시간을 줄이는 것 이외에 운동화 라인업도 25% 감축해 생산 효율을 더욱 높인다.
나이키가 이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속도에 집착하는 것은 독일 아디다스, 미국 언더아머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나이키가 지난 3월 발표한 회계 3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매출은 전년보다 5% 증가했지만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밑돌아 시장을 실망시켰다.
소비자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골프시장이다. 앞서 나이키가 지난해 8월 골프 부문에서의 철수를 표명한 데 이어 아디다스도 지난달 ‘테일러메이드’ 등 골프 브랜드 일부를 미국 사모펀드 KSP캐피털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는 천재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1위 골프용품업체로 단숨에 부상했지만 우즈의 부진과 함께 몰락했다. 스타에 의존해 전 세계에서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아디다스도 개별 시장에서 소비자의 기호에 부응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자사 본거지인 독일에서 로봇을 이용해 운동화 생산을 시작했다. 아디다스가 독일에서 생산하는 것은 24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아디다스의 캐스퍼 로스테드 CEO는 3월 실적 보고에서 “공급 속도를 가속화해 더 많은 제품을 제값에 주고 파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매출도 오는 2020년까지 40억 유로(약 5조421억 원)로, 지금보다 네 배 이상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NYT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신발업체들도 의류업계처럼 ‘패스트화’하고 있다며 ‘자라’와 같은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 쇼핑은 소비자들이 매우 빨리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사고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전보다 패션주기도 훨씬 단축됐다”며 “이에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생산속도를 더욱 높이고 소비자 스타일과 패션의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나이키의 야심찬 발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키 주가는 이날 3.2% 급락했다. 모닝스타의 에린 래쉬 애널리스트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나이키의 전략은 더 많은 투자와 높은 간접비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키가 속도전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든 비용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