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상반기가 끝나 가는 시점이지만, 한 해 수주액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까지 추락했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더 낮다. 중동지역 수주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수주가뭄이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액은 134억 달러(약 15조40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동기(145억 달러)보다 7%가량 밑도는 수치다. 아시아가 작년 동기(67억 달러)보다 43% 감소한 38억 달러, 아프리카는 작년 같은 기간(5억 달러)보다 75% 가라앉은 1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중남미는 2억 달러로 작년(14억 달러)보다 86% 추락했다. 태평양·북미 지역의 수주액은 95% 감소한 1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주액이 증가한 지역은 유럽과 중동지역뿐이다. 유럽은 3억 달러로 수주액이 없었던 작년보다 518% 증가했다. 특히 중동은 작년 동기(45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운 89억 달러를 수주하고 있다.
업계는 올 한 해 건설업계의 중동 수주액이 작년(107억 달러)의 2배 수준인 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해외부실을 많이 털어낸 데다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오일머니 국가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반기가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 올해 예상치의 절반에 가까운 달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업계에선 대림산업이 올해 초 2조2300억 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시설 개선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2개의 이란 프로젝트를 더 따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수는 4건이지만, 파이낸싱이 완료되는 시점을 감안하면 연내 수주가 가능한 프로젝트는 1~2건이라는 추측이다. 규모는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5조 원이다. 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1조 원 규모의 바레인 시트라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오만 두쿰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동지역에서의 프로젝트 수주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인프라 신흥시장 전망 및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중동 국가들은 저유가세 장기화에 따라 재정여력이 축소돼 발주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유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국내기업의 프로젝트 수주 확대가 당분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