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세입자인 김지현(30·가명) 씨는 얼마 전 비가 올 때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업체에 수리를 맡겼다. 이후 집주인에게 수리비를 청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담했다. 임차인이 사용하다가 생긴 하자는 직접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어떤 경우 세입자 부담인지 알 수 없고, 집주인과도 더이상 대화가 어려워 고민에 빠졌다.
김 씨의 고민처럼 전·월세를 사는 임차인들의 불편한 사항이 생길 경우 즉시 해결해주는 기관이 30일 출범했다. 법무부는 주택임대차 관련 분쟁을 쉽게 해결해주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이날 설립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조정위원회 설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위치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헌) 6개 지부에 조정위원회가 설치된다. 다만 전국 6곳 중 서울중앙지부만 이날 먼저 개소하고, 나머지는 7월에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누구든 △차임 또는 보증금 증감에 관한 분쟁 △임대차 기간에 관한 분쟁 △임차주택의 유지·수선의무에 관한 분쟁 △공인중개사 보수 등 비용부담에 관한 분쟁 등 주택임대차 관련 다툼에 대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분쟁을 해결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60일 이내다. 복잡한 사안의 경우 예외적으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신청 방법도 간단하다. 조정위 사무실에 서면이나 구두로 신청 가능하다. 증거서류나 증거물이 있는 경우 함께 제출하면 된다.
수수료는 1만~10만 원으로 민사소송이나 민사조정으로 다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신청인은 조정대상이 1억 원 미만인 경우 수수료 1만 원, 10억 이상이면 10만 원을 부담하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수수료도 면제된다.
신청이 접수되면 조정위원회는 사실조사와 법률검토를 거쳐 조정안을 제시한다. 조정위원은 교수, 판사·검사·변호사,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신청을 접수하더라도 상대방이 조정에 응해야만 비로소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그 다음 사무국 직원이 현장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인이 직접 출석해 진술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양당사자가 7일 이내에 수락 의사를 표시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강제집행을 승낙하면 법원 판결 없이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주거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택임대차 관련 분쟁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결해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