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할 우리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곧바로 척결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은 원래 법적으로 정해진 개념은 아니다. 2002년 7월 노사정위원회가 정규직의 반대 개념으로 특수근로 종사자, 재택 근로자, 파견 근로자, 용역 근로자, 일일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한시적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규정했다.
정규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이나 처우 등 대우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게 현실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임금도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처우가 떨어진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2076원으로, 정규직 1만8212원의 66.3%로 나타났다. 더욱이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1만1424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시간당 임금 3만530원의 37.4% 수준에 불과했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무기계약직도 있다. 정년은 보장되지만 임금·복지 수준은 정규직보다 낮아 반쪽짜리 정규직 즉, ‘중규직’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정규직이라고 다 처우가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정규직 10명 중 1명은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근로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2시간, 월평균 임금은 175만4000원으로, 실제 정규직이고 스스로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46.5시간)보다 긴 반면 월평균 임금은 115만2000원 적었다.
비정규직을 근로 형태에 따라 분류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개념을 정립했다고 얘기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이 공공 부문 비정규직 해결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회사에 직접 고용됐다고 하더라도, 본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간접 고용이라 이 역시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기에 앞서 정부가 먼저 정규직·비정규직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규직’인 무기계약직과 사내도급·근로자 특수고용직을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비정규직의 집계 역시 달라진다. 재계는 노사정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32.8%를 비정규로 집계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들까지 합쳐 53.4%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집계 차이가 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선행조건이 고용 형태의 정확한 정의와 개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