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필요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 사정상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먼저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정규직-비정규직, 대졸-고졸자 임금 차이가 선진국보다 더 큰 만큼 이를 줄여나가는 것은 맞는 방향성”이라며 “공정한 방법과 원칙으로, 점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주도 성장은 지금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분배나 사회 안전망을 통해 성장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이미 소득 분배율이 낮아진 만큼 다시 높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근간이 될 새 소득 통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정부는 내달 중순먼저 임금근로자 소득통계를 공표한다. 이에 업종별·규모별 임금수준과 격차, 연령대별 평균소득 및 소득분포 실태 등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는 2019년까지 가구소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오 선임연구원은 “지금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샘플조사여서 소득이 정말 높거나 적은 사람은 포함이 적게 되는 한계가 있다”며 “새 통계를 통해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고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근거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 연구위원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 산업별·계층별로 세분된 소득 통계가 필요하다면서 “조사 자료보다는 행정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결합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은 수출 의존적인 한국에서는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우리나라에서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는 내수 중심이 아니라 수출 중심이기 때문”이라며 “임금 상승이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면 물건 가격이 상승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득 증가 폭이 최근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교역 둔화, 양극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강 연구위원은 “우선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소득 분배율도 낮아지고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음식·서비스업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등 서비스업 양극화도 심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