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농심 몰이에 성공한 공약들이 실현되려면 뚫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관측이다. 특히 전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쌀생산조정제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3일 “공약대로 제대로 이행된다면 좋겠지만 아쉬운 점은 구체성이 없고 예산 관련된 돈이 들어가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라며 “재원이 들어가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예산 충원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직속의 특별기구 설치는 빠르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 면서 “농어업 분야는 한두 부처만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연계되는 정책이라 협력이 필요한데, 농림부가 하면 다른 부처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기 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농어촌 정책이 국가 차원의 어젠다가 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며 “타 부처와의 협력이나 국민으로부터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농업 내부의 정책 추진이 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쌀 과잉 생산이나 식품 안전성 문제, 농어촌 난개발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경향이 있다. 또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비농업계의 비판적 시각이 커졌다” 며 “이번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이런 상황을 개선해 농어촌을 농어민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찾는 삶의 공간으로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인상하고 생산비를 보장하는 쌀생산조정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관측이 이어졌다.
임 교수는 “쌀생산조정제는 강력한 소비 확대와 생산 조정을 전제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생산비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면서 “그게 전제가 안된 채 쌀값만 보전해 주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업에도 안 좋다. 소비 확대를 전제로 해서 대안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쌀 이외 다른 작목을 포함해 정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쌀만 올려주면 국제규범 준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쌀 이외 다른 품목도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파악했다.
이어 “공익형 직불제를 제대로 하려면 현재 나온 것들과 통합해서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간다는 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며 “각각의 직불제를 별도로 시행해서는 안 되고, 전반적으로 연계해서 큰 틀의 직불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 역시 “쌀 관련 공약 중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목표가격 인상, 공익형 직불제 확대 등이 향후 정책을 실행하고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며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 지금보다 변동직불금이 더 집행될 수 있고, 소득보전 직불제를 확대하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면서 조절해나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분권형 농정개편을 얘기했는데 농어촌은 참여와 협치를 위한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며 “농정이 국민적 공감을 얻어 다원적 기능을 창출하는 데 농업회의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농업과 마찬가지로 어업에서도 직불제가 화두에 올랐다.
장홍석 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 실장은 “이번에 바다 살리기 공약도 들어갔고 수산자원관리 차원에서 휴어기, 금어기 제도가 강화될 것”이라며 “기존의 어업자들은 조업을 해왔는데 정부가 강제로 휴어기를 조치하면 경영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또 어업은 대부분 연안에서 조업활동이 일어나는데, 낙도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육상까지 운반에 물류비가 많이 들어 소득이 줄게 된다”며 “정부는 이런 수산업만의 조건 불리로 농업과는 다른 형태의 직불제가 나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