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데 이어 21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자 재계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새 먹거리 발굴 지원책을 마련하기보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재벌개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탓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이들이 대기업 문제를 잘 아는 만큼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였다.
22일 재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김상조-장하성 투톱 라인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재별 개혁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에 대해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라며 “순환출자나 지배구조 개선을 급진적, 인위적으로 하게 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수 신분으로 시민운동에 주력했을 뿐 실제 정책 입안을 주도한 경험이 없다”며 “조기에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을 앞세울 경우 다소 급진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과 김 내정자는 학계와 시민사회 영역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온 대표적 인물이다. 장 실장은 지난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지난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대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김 내정자가 소장으로 활동해온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이다.
이들은 대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를 감독하는 소액주주운동도 펼쳤다. 장 실장은 1997년 3월 제일은행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제기했고, 김 내정자는 2004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재계는 장 실장과 김 내정자가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다소 완화된 발언을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 실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들겨 패는’ 재벌개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앞서 김 내정자도 “재벌개혁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벌에 대한 비판적 시각만 갖고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리”라며 “경제학자나 시민단체 수장이었을 때처럼 무조건 재벌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시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어설픈 인사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보다는 잘 아는 인사의 따끔한 지적이 더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총 관계자는 “두 분 다 기업 정책 분야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균형감각이 있는 것 같다”며 “새 정부의 정책 방향도 기업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경제도 성장하도록 하는 것인 만큼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