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악화된 경영 환경 속에서 비어가는 '곳간'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노조는 임금 3000만 원 인상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 안정을 두고 양측의 셈법이 달라 올해 임단협도 험로가 예상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일 울산공장에서 5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서 노조는 사측에 단체교섭 요구안에 대해 설명했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에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현 750%) △정년연장 △완전한 8+8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등이 담겨있다. 장기근속자 포상으로는 △40년 차 휴가비 △금(金) 지급 신설 △명절 선물비 △주간 연속 2교대 포인트 인상 등이 포함됐다.
노조 요구안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한달 간 사측은 해외 영업환경, 신성장동력 방안 등을 설명했고, 노조는 4차 산업혁명 속 일자리 보장을 강조했다.
한 달간의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입장은 여전하다.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데는 동의했지만, 임금 인상 부분에선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5차 본교섭 자리에서 “지부도 악화된 경영환경을 반영해 요구안을 만들었다”며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 의지가 담긴 만큼,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회사는 2조 원 가까운 추가 비용(직원 한 사람당 3030만 원 인상)을 떠안아야 한다. 올해 들어 1000만 원짜리 차 한 대를 팔아 54만 원(1분기 영업이익률 5.4%)밖에 손에 못 쥔 현대차로선 큰 부담이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안이 아니다.
이에 사측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 안정을 약속하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비용적 한계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한 노사 관계를 정립하자고 호소 중이다.
고용 안정을 위해 직원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노조(직원=투자)와 더 많은 인원을 정규직화 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사측(직원=비용)의 셈법이 다른 것이다.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기업 부담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고용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규직화를 실행해야 한다”며 “비용 경쟁력에 한계가 온 상황에서 이처럼 경직된 노사 관계는 앞으로 고용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