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청와대 정책실, 그 파란의 역사

입력 2017-05-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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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청와대 정책실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정책실이 부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불과 15년 만에 생겼다 사라지고, 다시 생겼다가 또 사라지고, 그러다 또다시 생겨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기능과 역할도 변화가 심하다. 근본적인 개혁 과제라 할 수 있는 국정 과제만을 담당하다가 현안 과제를 주로 챙기는 조직으로 전환되기도 했고, 다시 현안과 국정 과제 모두를 함께 담당하는 조직으로 바뀌기도 했다. 어떤 조직이기에 이렇게 부침과 변화가 심할까?

정책실 구상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박세일 교수를 비롯한 일군의 학자들에게서 나왔다. 요약하면 이렇다. “현안은 되도록 총리 이하 내각에 맡겨라.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대통령 과제(국정 과제)에 집중해라. 그리고 이를 위한 기구로 청와대에 정책기획실(정책실)을 두라.”

대통령과 총리가 일을 나누어 맡는 이른바, ‘분권형 국정운영’ 제안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일찍부터 이 안(案)에 매료되었다. 당선되자 곧바로 12개의 국정 과제를 확정하고, 청와대를 비서실과 정책실로 이원화했다. 그리고 정책실로 하여금 이 국정 과제와 이를 논의할 국정과제위원회를 챙기게 하였다. 현안은 철저히 내각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청와대만 쳐다보는 관료 문화를 쉽게 고칠 수 없었다. 내각의 각 부처는 여전히 현안을 청와대로 보고해 왔고, 모든 일에 청와대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러다 터진 것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항 등의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한 물류사태였다. 청와대는 현안이라 손을 놓고 있고 내각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긴 일이었다.

이후 정책실은 현안을 챙기는 체제로 바뀌었다. 급한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 대신 국정 과제는 정책기획위원회가 챙기도록 했다. 하지만 곧 또 바뀌었다. 정책기획위원회가 위원회 조직으로서의 국정 과제 추진에 한계를 드러내자 정책실은 다시 현안과 국정 과제 모두를 챙기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아예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났다. 이전 정부보다는 역할과 기능이 축소된 형태였지만 어쨌든 부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완전히 폐지되었다. 짧지만 파란만장한 역사였다.

정책실과 정책실장이 필요한가? 간단히 대답하자.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사회경제적 변화가 심하다. 국정 과제든 현안이든 정책 문제든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높은 인지능력과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로 구성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비서실과 비서실장이 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홍보 민정 행사 정무 등의 비서업무를 잘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 변화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다 함께 갖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이 모든 것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청와대의 낮은 정책 기능이다. 정책적 식견이 높지 않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이 국정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흐름이나 사회 변화, 그리고 정책 과제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정책 관련 수석들이 있기야 했지만 비서실장 아래 배속된 그들의 역할이 독립된 정책실과 그 소속 참모들의 그것과 같을 수가 있었겠나.

하지만 기구만 만든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정책실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적절한 권한 등 올바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고, 오늘의 문제들을 긴 역사적 안목에서, 또 열린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단순한 복원 내지는 부활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일의 결과는 사람과 제도 등 다양한 변수가 어우러져 나타난다. 대통령도 바뀌었고 정치사회적, 또 경제적 상황도 많이 다르다. 정책실의 기능과 역할, 또 운영체계 또한 같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디자인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유의해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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