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막] 운명을 순명으로 바꾼 10년…‘노무현의 친구’ 국새 이어받다

입력 2017-05-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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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걸어온 길

본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랜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로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에 합류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운명(運命)은 끊임없이 문 대통령의 발을 붙들었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려놓은 ‘국새’를 10년이 지나 손에 쥐었다. 대통령직을 운명을 넘어 순명(順命)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 타고난 가난, ‘비주류’의 삶 =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거제로 피난 온 부모는 쉬이 가난을 벗지 못했고, 장남이던 문 대통령은 성당에 구호식량을 타러 다니는 등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창시절 술담배를 해 문제아로 불리기도 했지만, 공부를 잘한 덕분에 명문인 경남중고교를 나왔다. 특히 1965년 경남중 입학을 두고 문 대통령은 1978년 작고한 아버지 생전에 드린 “유일한 선물”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학과에 진학한 문 대통령은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됐고, 강제징집돼 특전사로 공수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문 대통령은 1980년 복학해서도 거리투쟁을 하다 다시 구속됐다. 군 생활 후부터 준비했던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서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학생운동 전력으로 판검사에 임용될 수 없었다. 변호사의 길로 접어든 문 대통령은 유수의 대형 로펌의 제안을 마다하고 1982년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운명처럼 만나 의노동인권 변호사로 함께 활약했다. 1980~1990년대 부산울산경남지역 노동사건과 인권침해사건을 도맡아 처리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대표 등을 지낸 것도 바로 이때다.

◇ 노무현과의 운명적 만남… 거리 두려던 정치 한복판으로 = 정계 진출의 욕심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 나서 정치권에 들어선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부산에서 노동 변호사로 지낸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두 사람의 ‘운명공동체’ 생활이 시작한다.

참여정부 집권 후 문 대통령은 초대 민정수석을 맡았지만 1년도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 과중한 업무에 치아가 빠져 임플란트를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 되기도 했지만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던 문 대통령을 다시 서울로 불러들였다. 변호인단을 이끌며 탄핵 국면의 전면에 섰던 그는 이후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끝까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 치아를 10개 이상 잃을 만큼 격무에 시달렸지만 이 당시의 국정 운영 경험은 선거에서 문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됐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변호인 겸 대변인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노무현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권의 러브콜이 거세졌지만 문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2009년 경남 양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2010년 부산시장 선거 등 차출론이 이어졌지만 고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던 듯싶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펴낸 ‘운명’이란 제목의 자서전에서 문 대통령은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썼다. 그리고 운명의 수레에 끌려가듯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12년 첫 대권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권력의지가 없다는 비판과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낙인에 시달렸다. 그 결과 48.02% 대 51.5%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졌다.

4년 5개월을 보내면서, 문 대통령은 운명의 수레에 스스로 올라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 전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실시로 운명의 시간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대통령의 자리를 운명을 넘어 순명(順命)으로 받아들인 그는 마침내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 원칙주의자… 야생화 보기독서 즐겨 = 문 대통령은 깐깐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로 주변에서 통한다. 살아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두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란 말뿐 아니라 “내가 아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는 표현도 했다.

일상 생활은 소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산 시골집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키우며, 지인들과 야생화를 보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사들고 온 책들을 읽으며 독서에 재미를 붙인 뒤로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읽기를 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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