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문화, 진정한 잔치가 필요한 때

입력 2017-04-27 10:55 수정 2017-04-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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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경기도의원(더민주, 파주갑)

봄을 맞아 전국 곳곳에 다양한 문화 행사가 풍성하다. TV에서는 목소리 톤을 한껏 높인 리포터가 푸짐한 장터 풍경이나 싱싱한 해산물의 생기 돋는 모습을 맛깔나게 소개하기도 한다. 화려한 벚꽃축제 놀이를 시작으로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소소한 지역 축제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축제가 즐비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펼쳐진 지역 축제는 모두 660여 건. 지역별로 특색 있는 주제를 정하고 주민들과 외지 손님들이 축제를 벌이는 흥겨운 자리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들 축제 가운데 일부는 비슷비슷한 주제로 중복되기도 한다. 애초 취지와 다르게 몇몇 사람만을 위한 허망한 행사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모이고 함께하기를 즐기는 민족이다. 소소한 흥겨움을 나누고, 멋과 풍류를 더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문화 욕구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누군가에 의해 짜지고 일방적으로 이끌어지는 축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축제의 주인이 돼야 할 지역 주민과 손님들이 오히려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

우리가 누리고 싶은 문화는 전체 구성원 모두가 자연스레 흥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엄두를 못 내는 어려운 행사가 아닌, 가볍게 나서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마당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그 문화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작지만 우리 자신이 주체가 되는 시도들,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문화 성장이 가능한 짜임새 있는 지원. 이런 문화 정책적인 토양이 뒷받침됐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지역 축제가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전통적이며 진정한 우리의 잔치이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수록 해학과 풍자로 이겨내고 이웃과 함께 보듬어 즐겼던 우리의 모습과 걸맞기 때문이다.

누리고 즐기며 함께 커 가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고민하고 준비하고 펼쳐 나가는 신명 나는 잔치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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