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원을 넘는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절반이 외국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외국계의 진입이 침체됐던 시장에 활기를 돌게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금리 대출 위주의 자산확대를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산기준 상위 10개 사 가운데 외국계 저축은행은 5곳(SBI·HK·JT친애·OSB·페퍼)이다. JT저축은행, 유안타저축은행 등 소규모 회사까지 합하면 외국계는 총 7곳이다.
외국계 저축은행들은 업계 상위에 포진해 있다. SBI저축은행은 자산이 5조 원을 웃도는 업계 1위다. HK저축은행은 업계 4위, JT친애저축은행은 5위, OSB저축은행은 6위, 페퍼저축은행은 업계 10위다.
시장점유율로는 외국계 저축은행이 상위 10개사 자산의 53.5%를 차지한다. 일본법인(J&K캐피탈)을 갖고 있어 범일본계로도 불리는 OK저축은행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70%에 달한다.
외국계 저축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게 된 계기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외국계가 부실저축은행을 사들이면서다.
저금리 상황에 몸살앓던 일본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일본계인 SBI저축은행(2013년), JT친애저축은행(2012년), OSB저축은행(2010년)이 2011년을 전후에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3년 페퍼그룹에 인수된 호주계다. HK저축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계열이다.
외국계 저축은행의 국내 시장 장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도 적지 않다. 당시 국내 자본은 저축은행 인수를 꺼렸다. 외국계의 저축은행 인수 승인은 금융당국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고금리 대출을 통한 자산확대 경쟁에만 몰두해 서민금융에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소액대출 위주의 고금리 대출 영업에 열을 내고 있다. 최근 2년 새(2014~2016년) OSB저축은행은 851%, 페퍼저축은행 674% 소액대출이 급증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애초 외국계가 한국 시장 진입할 때부터 영업환경이 좋은 수도권으로만 가기 때문에 지역기반의 관계형 금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