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민의 대다수는 한족(漢族·92%)이지만 한족 외에도 55종의 소수민족이 존재한다. 중국은 예로부터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우리도 무의식 중에 그런 논리에 적응하여 북방의 여러 민족이 세운 나라들, 예를 들자면 몽골이 세운 원나라나 만주족이 건립한 청나라도 ‘중국’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들을 ‘중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중국은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등 이른바 ‘동북 3성’을 조선족 자치주(처음엔 자치구)로 지정하여 경영하면서 그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을 ‘조선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에 속한 소수민족의 하나로 취급하여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만주지역은 중국의 한족보다도 우리 민족과 역사적·지리적으로 더 관련이 깊다. 중국이 ‘조선족’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우리마저 그들을 조선족이라고 불러서는 결코 안 된다.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조선족=중국 소수민족/조선족=대한민국의 한민족’.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한민족=중국 소수민족’, 즉 ‘대한민국=중국 변방국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등식은 결코 과장이나 기우가 아니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끈질기게 주변의 이민족을 그들의 한민족에 동화시키는 일을 해왔다. 그리하여 많은 나라들이 한족의 중국에 흡수되어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중국의 역사에 편입되어 버렸다.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그들에게 속해 있던 ‘변방국가’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조선족’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면 중국의 주장에 날개를 달아줄 뿐 아니라, 장차 북한은 물론 대한민국마저도 중국의 변방국가로 전락할 근거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꼴이 된다.
조선족은 반드시 ‘재중 한국동포(재중동포)’라고 불러야 한다. 재미동포, 재일동포라고 부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