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론을 벗어난 결정의 가치

입력 2017-04-18 12:5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좌영길 정책사회부 기자

1951년, 미국의 8살짜리 흑인 소녀 린다 브라운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공립학교 입학을 거절당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린다의 아버지는 소송을 냈고, 4년 뒤 미 연방대법원은 승소 판결을 통해 교육에서의 인종차별을 금지했다. 역사적인 ‘브라운 판결(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이다.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한 판결이지만, 당시 여론조사를 했다면 흑인과 백인이 같이 학교를 다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판결로 인해 차별이 철폐되기까지 반대 여론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영화 ‘히든 피겨스’도 이 내용을 다뤘다.

이선애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30일 취임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 주요 인권 문제에 관해 “국민들의 뜻이 중요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청문회를 일단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나왔겠지만, 이 발언은 적절치 않다. 답변을 회피해서가 아니라, 인권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국민 여론을 감안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의 여론을 반영하는 건 대통령(행정부)과 의회가 한다.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을 선거를 통해 임명하지 않는 건 다수의견으로부터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선출된 권력인 의회가 제정한 법률의 효력을 헌재가 없앨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헌재의 가치는 오히려 여론으로부터 벗어난 결정을 내릴 때 증명된다. 소수자가 기댈 종착지는 결국 사법권력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후보자에 대해 “재판관으로서 인권 침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미흡하고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헌법재판관 임기를 시작했다. 단순히 고위공직자로서 임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 인권을 지키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떤 주담대 상품 금리가 가장 낮을까? ‘금융상품 한눈에’로 손쉽게 확인하자 [경제한줌]
  • 2025 수능 시험장 입실 전 체크리스트 [그래픽 스토리]
  • "최강야구 그 노래가 애니 OST?"…'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를 아시나요? [이슈크래커]
  • 삼성전자, 4년 5개월 만 최저가...‘5만 전자’ 위태
  • 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신뢰 회복 위한 최선의 방안"
  • 재건축 추진만 28년째… 은마는 언제 달릴 수 있나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불허…“관련 법익 종합적 고려”
  • ‘음주 뺑소니’ 김호중 1심 징역 2년 6개월…“죄질 불량·무책임”
  • 오늘의 상승종목

  • 11.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5,480,000
    • +2.95%
    • 이더리움
    • 4,518,000
    • -1.97%
    • 비트코인 캐시
    • 590,500
    • -2.48%
    • 리플
    • 968
    • +5.68%
    • 솔라나
    • 295,600
    • -0.24%
    • 에이다
    • 772
    • -5.04%
    • 이오스
    • 774
    • +0.13%
    • 트론
    • 251
    • -1.18%
    • 스텔라루멘
    • 179
    • +6.55%
    • 비트코인에스브이
    • 78,350
    • -3.87%
    • 체인링크
    • 19,260
    • -2.68%
    • 샌드박스
    • 404
    • -3.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