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9일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유력 대선 후보 정책공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대선 이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코드 맞추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주요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차기 정부를 겨냥한 듯한 정책들이 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로 좁혀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다.
두 후보가 핵심 공약으로 내건 4차 산업혁명은 요즘 정부의 단골 메뉴 정책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산업 민관협의회를 발족한 데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집대성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바라본 4차 산업혁명(가칭)’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
장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4차 산업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을 연일 화두로 던지고 있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농업·농촌 분야의 4차 산업 대책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을 핵심 분야 예산으로 선정한 뒤 차기 정부를 의식한 예산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2007년) 이후 11년 만에 ‘양극화 완화’를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 핵심 정책으로 넣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교육부 역시 양극화 정책을 꺼냈다. 지난달 8일 교육부는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차기 정부를 의식한 조치라는 시각이 흘러나왔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반대 기조를 바꿔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에 동의한 것도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의 재벌 옥죄기 움직임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정책 등을 내놓은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예외가 아니다. 문 후보가 이달 9일 ‘1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을 골자로 하는 대선 공약을 발표한 다음 날 도시재생 지원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차기 정부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일축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은 이전부터 검토한 사안으로, 특정후보와 관련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가 없는 것을 고려해 각 부처별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작업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