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쏘아보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진술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의 승마 훈련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7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첫 공판에서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25일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으로부터 "급히 오후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직후다. 제주도에 있던 박 전 사장은 비행기 일정을 앞당겨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의 안색이 무척 좋지 않아서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당일 오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운영에 대해 크게 질책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에 제대로 사업을 한 게 없어 크게 화냈다는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승마는 말이 중요해 좋은 말도 사고 해외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삼성은 이런 사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이전 승마협회 회장사였던 한화와 비교하며 '삼성이 한화만도 못하다'고도 했다. 박 전 사장은 "당시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30분 중에 15분 동안 승마 이야기만 하더라.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을 때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이후 최 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서 최 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들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박 전무가 '최순실은 최태민 딸인데 VIP와 친자매처럼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박 전무로부터 '정 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해 달라. 최 씨의 생명과도 같은 정 씨가 지금 독일에 있으니 삼성이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지원하라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