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럼니스트 타리크 A. 알마이나 씨가 지난 3월 29일 사우디 가제트라는 매체에 ‘From Hankook to Hyundai’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칼럼이다. 한국과 관련된 글이어서 늦게나마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일붐이 일어나기 수년 전인 1967년 창립된 현대자동차는 2007년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자동차 관련 자회사와 계열사 2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입된 포니를 기억하는가? 당시 포니는 시동을 걸면 차 문이 떨어진다며 ‘주석 덩어리’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어쨌든 포니도 현대자동차가 만든 승용차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자동차는 오늘날 전 세계에 세단, SUV, 트럭, 버스 부문에서 고급 차량만 연 100만 대 넘게 수출하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를 포함해 186개국, 5300개 딜러를 통해 780만대에 달한다.
서울에 기반을 둔 한국의 또 다른 거인기업 한국타이어는 세계 타이어 제조업체 7위에 올라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자동차보다 더 전에 창립됐지만, 지금까지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사우디 시장에서도 공인대리점이 구축한 공격적 판매?유통 시스템 덕분에 지배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입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 2020년 세계 최고의 타이어 생산업체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고급 자동차업체들에 공급을 확대, 타이어 판매 범위를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사우디 공인딜러인 빈 시혼(Bin Shihon)그룹의 마완 빈 시혼(Marwan Bin Shihon) 부회장은 한국타이어가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한국 기업과의 제휴로 빈 시혼그룹이 사우디 타이어 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한국타이어와 빈 시혼그룹 간의 파트너십은 ‘최고 품질과 고객만족’을 제공하겠다는 양사의 의지가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 칼럼은 이들 2개의 한국 기업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이들 외에도 삼성, LG, 포스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들이 많다. 우리가 소비 생활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우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사우디가 50년 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동력을 수입한 나라였던 한국은 이제 세계적 제조기업을 둔 국가로 변모했는데, 천연자원으로 축복받은 사우디는 왜 여전히 소비 국가에 머물러 있을까?
1960~1970년대 한국은 분단을 초래한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민주화하는 과정에서 내부 혼란이 잇따랐던 국가였다는 점을 기억하라. 그러나 한국는 지금 고도로 교육받고 숙련된 노동력을 근간으로, 중간(median)가구소득이 세계 8위인 선진국이다. 또 세계 세 번째로 높은 기대수명과 네 번째로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바탕으로 치안, 직업 안정성, 의료보장제도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인 나라로 발전했다. 한국은 신흥국 중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용도 가장 많다.
사우디로 다시 눈길을 돌려보자. 사우디의 마스터 플랜과 5개년 계획은 어떻게 됐는가? 이 계획들은 왜 실현되지 못했는가? 사우디를 세계 굴지의 상업?경제 주체로 만들겠다던 영광스러운 목표와 야심찬 계획은 어디로 갔는가?
말로 떠드는 것은 쉽고,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인들이 성공했던 것처럼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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