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물탐구 ①문재인] 운명이 숙명으로…촛불민심 타고 ‘대세론’ 바람몰이

입력 2017-04-06 11:16 수정 2017-04-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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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정권교체 확고한 권력의지…친문패권주의·확장성 한계 극복해야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지난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둔 2011년 6월 ‘운명’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내고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재인 대망론’이 급속히 번지면서 떠밀리듯 정치권에 발을 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48.02%를 얻었지만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박근혜 후보가 51.55%를 획득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실시되는 대선에 그는 다시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

◇ 가난한‘문제아’에서‘노무현의 친구’로 = 문 후보는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거제로 피란온 부모는 쉬이 가난을 벗지 못했고, 문 후보도 성당에 구호식량을 타러 다니는 등 고단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상시절 별명은‘문제아’였다. 억압적이던 당시 교육 분위기에 반발하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는 등 일탈도 하다보니 이름을 따 그렇게 불렸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학과에 진학한 문 후보는 민주화운동으로 75년, 80년 두 차례 구속되기도 했다. 특전사로 공수부대에서 군 생활을 마친 뒤엔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다. 그럼에도 구속 전력 탓에 그는 원하던 판사가 아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고, 부산에서 운명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인권변호사로 함께 일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 나서 정치권에 들어선 이후에도 문 후보는 노동문제 변호사로 지냈지만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운명공동체’ 생활을 본격 시작한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맡아 1년도 채우지 않고 물러나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났지만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급거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10개 넘는 치아가 상할 정도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끝날 때까지 일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변호인 겸 대변인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문 후보는 이후 노무현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역임했다.

◇ 떠밀리듯 정계 입문…‘대세론’바람 속 선두 유지 = 정치권의 러브콜이 거세진 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다. 2009년 경남 양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서 차출론이 나왔지만, 그는 현실정치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2012년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같은 해 치러진 4.11 총선에서 우선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해 대선에서 문 후보는 광주에서 91.97%, 전북 86.25%, 전남 89.28%라는 몰표를 받았다. 야권의 심장이라는 호남에서 문 후보에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준 셈이다. 그렇지만 그는 석패했고, 참여정부의 호남홀대론에 더해져 문 후보가 호남에서 외면받는 이유가 됐다.

문 후보는 2014년 12월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리더십과 패권주의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대선에서 단일화했던 안철수 후보는 탈당했고, 2015년 4월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당권을 넘기면서 총선 승리를 이뤘지만 친문패권주의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된 데엔 지난해 하반기에 터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 정권교체를 해낼 야권 유력 후보로 문 후보가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대세론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문 후보 스스로도 “다시는 동지들에게 좌절을 드리지 않겠다, 패배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준비했다”며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다.

◇ 확장성 한계, 반문연대 공세 과제… 노무현도 넘어야 = 그러나 각 당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문 후보의 확장성 부족이란 약점이 재부각되는 양상이다. ‘대세론’을 타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지지율이 밀리는 결과도 나오는 등 대세론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친문패권주의와 그에 따른 확장성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문 후보 앞에 놓여 있다. 당장은 경선을 함께 했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을 끌어안고,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한 정치권의 연대 움직임을 돌파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노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로 공격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와의 일전 채비 차원에서라도 ‘독자적 정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출범하기 전부터 학계 인사들과 정책을 준비하고, 참여졍부와 특별한 연이 없는 인사들을 다수 발탁한 점은 여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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