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큰 폭 늘리면서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6곳의 BIS자기자본비율이 줄줄이 떨어졌다. 대출을 통한 자산규모 늘리기 경쟁에 몰두하다 건전성만 악화된 것이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자본이 취약한 저축은행이다.
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사 가운데 6곳(OK·한국투자·HK·OSB·웰컴·현대저축은행)의 BIS비율이 떨어졌다. 이들은 자산규모가 1조7200억(현대저축은행)~3조5480억 원(OK저축은행)에 달하는 업계 2~8위권사들이다.
BIS비율 낙폭이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이었다. 이 저축은행은 2015년 말 17.02%에서 지난해 말 10.5%로 6.52%포인트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6.5% 늘렸다.
대부업계인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이 그 다음으로 BIS비율 감소폭이 컸다. OK저축은행은 3.38%포인트, 웰컴저축은행은 0.62%포인트 BIS비율이 줄었다. 이들 저축은행은 큰 폭으로 가계대출을 늘려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의 첫 번째 현장점검 타깃이 되기도 했다.
특히나 OK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2조2951억 원)도 가장 많고 증가율(97.5%)도 가장 가팔랐다. 그 외 HK저축은행(0.58%포인트), 현대저축은행(0.49%포인트), OSB저축은행(0.22%포인트)도 BIS비율이 감소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BIS비율 8%’ 기준에 아슬아슬한 저축은행들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건전선 강화 차원에서 자산 1조 원 이상 저축은행들의 BIS비율 기준을 기존 7%에서 8%로 상향조정했다.
상위 10개사 중 3곳이 BIS비율 9%대를 보였다. 일본계인 OSB저축은행(9.23%)과 JT친애저축은행(9.55%), 호주계인 페퍼저축은행(9.51%)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나 JT친애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전년(2015년 말)만 해도 각각 7.68%, 7.1%로 내년 1월 기준인 BIS비율 8%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달 30일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JT캐피탈을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더욱이 오는 6월 말~7월부터 20% 이상 고금리대출에 대해 50% 추가 충당금을 쌓게 되면 BIS비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충당금을 쌓는 만큼 비용처리 되고 순이익이 줄어 자기자본이 감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큰 폭으로 늘려 BIS비율의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BIS비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