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일단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에게 직접 돈을 건낸 삼성만 공여자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미르ㆍ케이스포츠재단 외에 추가로 자금을 건내려 했던 SK와 롯데는 뇌물공여 대상자서 제외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를 통해 당일 밤 늦게 혹은 다음날 새벽 판가름날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삼성 외 다른 대기업은 혐의를 기재하지 않았다.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추가 수사를 벌인 롯데나 SK그룹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관계자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삼성은 최 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 등에 77억 9735만 원을 지원하고 213억 원의 후원금을 약속했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2800만 원이 지원됐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204억 원을 출연했다. 총 433억 2800만 원이라는 거액이 삼성에서 나갔다. 검찰은 이 액수를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를 먼저 수사한 특검은 재단 출연금을 일반 뇌물이 아닌 ‘제3자 뇌물’로 혐의를 구성했다. 두 재단으로 흘러간 돈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3자 뇌물은 직접 돈을 받지 않아도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으면 범죄가 성립한다. 검찰이 특검이 구성한 논리대로 제3자 뇌물 혐의를 구성했다면 결국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들도 청탁이 있었느냐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앞으로 박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간 ‘독대 면담’ 내용을 확인하고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공모관계에 있는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물론 돈을 건네도록 지시한 혐의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구속돼 박 전 대통령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