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 중 LG디스플레이에서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약 70만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경쟁사인 삼성과 LG가 TV 주요 부품을 공동개발하는 사실상 첫 협업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약 70만장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까지 상대편 계열사에서 디스플레이를 구매한 적이 없어 이번 계약이 양사 간 첫 패널 거래다.
삼성전자는 당초 일본 샤프에서 LCD 패널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이 샤프를 인수하고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공급 중단을 통보받았다.
공급 차질이 생기면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여러 패널 제조사에 추가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공급 시기는 올해 이른 하반기부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샤프에서 삼성전자가 공급받은 물량은 전체 연간 LCD 패널 수요량의 10%가량인 5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70만대 공급을 받더라도 샤프의 공급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모두 메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경쟁구도였던 두 회사가 LCD 패널의 공급사-고객사로 협력관계를 맺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도체나 콘덴서 등 기성품 거래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TV용 LCD 패널은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이나 규격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공동개발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핵심부품을 공급받는 협업의 고리가 형성되면 양사 관계가 좀 더 발전적인 형태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