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기로 하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달 29일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한다. 이로써 영국과 남은 EU 27개 회원국 간에 2년간의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국이 작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지 9개월 만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영국은 2019년 3월 말에 EU를 탈퇴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EU와의 협상에서 이혼 분담금, 이주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정확한 이혼 시기는 불투명하다.
동시에 26년 만에 영국의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메이 역시 총리로서의 리더십을 평가받게 된다. 올해로 60세인 메이 총리는 작년 7월 취임 때만 해도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브렉시트 문제를 조정해오는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내 다른 정당 지도자들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3~14일 유고브가 영국 유권자 1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메이 총리는 4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지켰다.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는 지지율 14%를 기록했다.
문제는 메이 총리가 EU와의 협상에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을 상대로 무역, 재정 등 여러 문제에서 섬세한 외교력을 펼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메이 총리는 EU와 최상의 조건으로 무역 협상을 체결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만약 영국과 EU가 새로운 조건에 합의하는 데 실패하면 EU는 여타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영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한다.
WSJ은 영국 언론들이 메이 총리를 종종 EU 지도자들 사이에서 외로운 존재로 묘사하지만 사실은 매우 경청하는 지도자이자 전략적인 인물로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녀는 기본적으로 열정적이고 다른 접근법을 존중하며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보수당의 크리스핀 블런트 의원은 “메이 총리는 겉으로는 깃털처럼 부드러워 보이지만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와 비교했을 때도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두드러진다. 캐머런 전 총리는 작년 브렉시트를 두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여 영국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