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9)의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출간되면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출간일인 지난달 24일 0시 팬들이 서점 앞에 장사진을 이루며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기다리는가 하면,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난징 대학살에 대한 소설 속 언급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화제를 불러모으며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초판만 130만 부를 발행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1부 ‘출현하는 이데아’ 편, 2부 ‘변하는 메카파’편 등 총 2권으로 구성됐다. 이번 신작은 지난 2010~2011년 출간된 ‘1Q84’ 이후 7년 만에 나온 장편소설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많은 하루키 팬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역작”이라고 평했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작품에 사용된 모티브가 많이 등장하고, 과거의 작업을 한 데 모아서 묶은 느낌이다”라며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된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인 40만 명이 일본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표현이 등장하며 일본 우익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일명 난징 대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일본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이다. 중국은 일본이 30여만 명의 중국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학살 사실은 인정하나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루키가 소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학살 피해자를 중국인의 주장보다 10만 명이 많은 40만 명으로 언급하자 일본의 우익 네티즌들은 “하루키는 매국노다”, “그렇게까지 해서 노벨상을 타고 싶은 것인가” 등의 글을 올리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국내 출판계에서도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주목하고 있다. 하루키는 24일 국내 판권 입찰이 마감되면 다음달께 한국어판 출판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후 해당 출판사는 올 여름께 한국어판을 공식 출간할 계획이다. 이때 출판사는 계약금 성격으로 미리 작가에게 선인세를 지급하는데 하루키에게 이번 작품으로 전달될 선인세가 2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루키 고정독자층이 국내에도 두터운 만큼 이처럼 높은 선인세에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