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도 업종마다 다르지만 40% 이상 빠졌다. 죽 쑤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정인대 소공상가번영회장(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장)
“이달 중국인 단체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 하루 2~3건씩 개별 중국관광객의 취소 건이 접수 중이다.”-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관계자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어느 매장을 가나 마찬가지다.”-명동 화장품 매장 직원
사드발 중국 당국의 경제보복 후폭풍은 서울 명동거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등 국내 상황을 보며 중국 당국이 사드보복에 대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15일부터 한국행(行) 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 전면 실시 등으로 중국인이 많이 찾는 거리의 풍경은 더 변할 것으로 보인다. 명동을 찾은 지난 주말과 15일 한창 중국인으로 가득 찰 화장품 가게에는 중국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서울 명동 거리 곳곳에는 중국인이 자취를 감췄다. 전국 땅값 1위를 자랑하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 매장, 각종 화장품 브랜드숍 등은 중동, 동남아, 국내 관광객의 모습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국내 최대 마스크팩 편집숍인 ‘올마스크스토리’ 매장은 텅 비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뷰티 매장들은 직원들만 눈을 깜빡거리며 한산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매장 직원들은 중국인 고객 추이를 묻는 말에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거리에서 유커를 호객하던 직원들도 중국어가 아닌 일본어로만 소리쳤다.
정 소공상가번영회장은 “외국인 비중 중 50% 정도가 중국인인데 마치 썰물처럼 갑자기 쫙 빠졌다. 어떤 점포의 매출은 반 토막 이상 났다. 상가 전체로 봤을 때 월 임대료, 관리비 등이 두세 달 이상 연체된 매장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인근 숙박업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특급 호텔보다 하위 등급이나 객실 수 300개 이상의 비즈니스급 호텔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다. 한 호텔은 지난해 여름 성수기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률이 25%였으나 11월에는 7%까지 곤두박질 쳤다. 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개별 관광객으로 명동을 찾은 한 20대 중국인 여성은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나야 특별히 반한감정은 없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 상표가 붙은 상품을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명동 상인들은 “처음부터 소공상가번영회는 사드배치를 반대했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보복 조치가 없다고 해서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상인들만 죽어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피해를 본 상인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동 상인뿐만 아니다. 사드발 중국 보복으로 피해를 당한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부터 제주도 숙박업자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에 대해 금지령을 내린 첫 날인 15일 제주공항은 한산했다. 이날 중국에서 제주공항에 들어온 입국자는 974명으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하루 1000명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행 단체 여행 상품 판매가 중단된 게 15일부터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충격은 다음 주부터 올 것”이라며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