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국무회의에 대통령 선거일 지정 안건은 없었다”며 대통령 선거일 지정은 법정기한인 3월 20일 이전에 이뤄질 것이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이날 대통령 선거일을 지정하지 않을 법적ㆍ행정적 이유는 없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5월 9일에 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역시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 위한 작업을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황 권한대행까지 “법정선거 기한이 55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준비기간이 어느 때보다 짧다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결국 대통령 선거일은 지정 안건은 상정ㆍ심의되지 않았다.
법정 기한인 3월 20일 전에 선거일을 공고하려면 15~17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을 지정한 뒤 출마 여부를 밝히게 될 경우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만큼 최종 결심이 선 다음으로 선거일 지정을 미룬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일 결정을 늦추자 당장 야권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조속히 대선일정을 확정하라고 촉구하면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황교안 총리가 본인 출마 여부를 고민하느라 대선일정을 안 잡고 있다면 우스운 일”이라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대선일정을 확정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인만큼 선거일 확정이 늦어질수록 정치적 혼란만 더해질 뿐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황 대행은 대통령선거일을 조속히 확정하고, 전방위적 위기 상황에 빠진 국정 관리를 위해 헌법과 법률이 맡긴 과업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에 의한 초유의 대통령 궐위 상황을 맞은데다 조기 대선이 임박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 만큼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만약 황 대행이 출마를 위해 사퇴한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권한대행,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모두 4가지 직책을 겸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황 권한대행 측도 ‘개인적인 거취 때문에 대선일 지정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날짜 지정이 늦어지는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결단 여부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행자부에서 실무 준비가 됐다고 해도 관련 부처 의견을 들은 뒤 국무회의 또는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