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1000억 원대의 배당잔치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이지만 실적이 감소하는 탓에 배당성향은 40%에서 50%대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월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기준 배당액을 우선주 410원, 보통주 360원으로 확정했다. 총배당금은 1145억7900만 원이다.
이는 2015년 실적에 대해 우선주 365원, 보통주 415원으로 총 1161억7000만 원을 배당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지난해 배당 규모는 전년(509억 원)보다 2배 이상 늘린 금액이다.
씨티은행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난 2010년 이후 매해 1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대규모 배당을 해 왔다. 2013년에는 배당 대신 경영자문료 등 1300억 원이 넘는 돈을 본사로 송금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이 직전 해에 비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사회가 고배당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씨티은행의 당기순익은 1576억 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2658억 원)의 59%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년 4분기 순익을 3분기와 같은 600억 원대로 가정할 때 배당률은 지난해 40%대에서 올해 50%대로 치솟게 된다.
씨티은행의 지분 99.98%(보통주 총 3억1820만 주)를 가진 최대주주는 뱅크오버시즈인베스트먼트(COIC)로 미국 씨티은행이 100%로 출자한 곳이다. 이에 따라 한국 씨티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의 50% 이상을 미국 본사로 송금하게 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이 배당률을 높이게 된 이유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는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액 등이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미달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과세하게 된다. 씨티은행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약 16억 원의 환류세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으며 배당이 줄어든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 계속해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피하기 위해서 배당을 늘린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성향이 50%는 넘지 않을 것”이라며 “배당 후에도 타행대비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