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가운데,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보충의견을 낸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의 소신발언이 눈길을 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결정문을 통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최초 지시 내용은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으로, 사고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두 재판관 역시 나머지 재판관들과 같이 '세월호 의혹이 파면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재판관 등은 이 부분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이라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준비기일에 석명권을 행사하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 7시간 당일의 행적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재판관이 17차례 열린 변론기일을 통해 파악한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은 이렇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9시 40분, 위기경보 최상위 단계인 '심각'단계를 발령했다. 선박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은 이 경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와 사전 협의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실은 9시 40분 이전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고,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출근해 정상 근무를 했다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는게 두 재판관의 판단이다. 이들은 오후 3시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재판관 등은 "박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심도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고,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김 재판관 등은 또 "국가위기 상황의 경우 대통령은 즉각적인 의사소통과 신속한 업무수행을 위해 청와대 상황실에 위치해야 함에도 사고의 심각성 인식 시점부터 약 7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관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지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도 갖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질적으로는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 구조 및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고,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