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나 삼성디스플레이ㆍLG디스플레이의 OLED를 대체할 부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D램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사용한다. 한국산 부품을 제때 들여오지 못하면 한국 기업도 손해를 보지만 중국 기업 역시 타격을 받는다.
반면 TV와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등 완제품 제조사들은 이번 사태가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현지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현지 점유율이 높지 않아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대륙’ 판매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위기이다. 반한 감정이 한국 자동차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현대차를 파손하고 페인트로 낙서한 사진이 게재됐다. 또 다른 SNS에는 한국 업체 직원이 밖에 세워둔 한국 차량 타이어가 펑크 나고 유리창이 깨진 사진도 올라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제2의 도요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2년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도요타는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으며 그해 10월 시장점유율이 전년 동월 대비 44%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닛산과 혼다도 41%, 35% 줄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업체와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규제를 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딜러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 한국차 불매운동이 확산된다면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6%대까지 밀려날 수 있다”며 “그 빈자리를 중국, 일본 경쟁 업체들이 차지한다면,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학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태양광 소재 업체와 중국 정부의 인증이 필수적인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용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 한화케미칼,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중국 상무부에 판매 자료를 제출했다. 중국 정부가 폴리실리콘 반덤핑 재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폴리실리콘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은 5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폴리실리콘 업체의 경우 최고 57%에 달하는 높은 관세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를 통해 중국 상무부에 의견을 피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국내 시장의 비중을 높이는 등 매출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지난 1년간 사드 관련 악재가 반영돼 왔던 만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물량을 유럽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