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최근 인터넷상의 한류 동영상을 차단하는 등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비롯해 화장품ㆍ항공운송 등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류 제재는 사드 배치 진전 단계마다 구체화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금융ㆍ안보 등 전 분야에 걸친 고강도 제재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며 섹터별 투자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제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 업종은 엔터ㆍ미디어 업계다. 에스엠(SM)은 사드 이슈가 촉발된 지난해 7월 8일 3만8650원이던 주가가 27일 기준 2만5200원으로 6개월여 만에 34.79% 하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7월 7일 4만550원이던 주가가 27일 2만8000원으로 30.94% 폭락했다.
증권업계는 에스엠와 와이지엔터의 2017년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국 규제 이슈 해소 전까지 밸류에이션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활동이 막힐 수 있어 해당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해당 업종의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 초 중국인 관광객 입국 제한의 타격을 입은 여행ㆍ레저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은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상용비자 발급조건을 강화하는 등 고강도 제재 방침을 세웠다.
이로 인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20% 감소하면서, 화장품 기업들에 대한 면세점 매출 감소 등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1~3월) 화장품 기업들의 면세점 매출 성장이 지난해 4분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엔화 하락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일 중국인 관광객 수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를 추월한 것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여객선 이용객은 54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다. 하지만, 중국선 이용 고객은 한한령 영향으로 5.3%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23.5% 증가한 일본선에 비해 뚜렷한 하향세다. 올해도 사드 배치 결과에 따라 중국선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국내 무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지난해 말 기준 26.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 무역 제재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 화장품 섹터의 관세 부과 및 덤핑 재조사, 수입통관 불허 조치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드 배치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변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이슈는 올해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 재검토 시 관련 섹터는 빠르게 정상화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중국의 추가 제재가 현실화하며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단기 충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이미 고강도 규제와 우려가 더해진 엔터테인먼트, 여행 업종 및 화장품 업종은 사드가 실제 도입되고 한중 갈등이 정점에 달할 시점에 저점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금융, 안보, 사회 전 분야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져 피해 업종은 철강, 2차전지, 정보통신(IT), 자동차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