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경제 살리기…재단 출연 거부 못해”

입력 2017-02-27 19:11 수정 2017-02-2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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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사면 조건으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받아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27일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최 회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일자리 창출 등이 사면 조건이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김영태 부회장과의 접견기록을 제시하며 '대통령이 사면을 이야기하면서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을 이야기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더 노력해야 할 상황이었던 건 맞다"고도 했다. 자신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111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낸 사실을 사후에 보고 받았지만 미리 알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냈을 거라고 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은 K스포츠재단이 SK에 80억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론에서 문제된 뒤 보고받았다"며 "비덱에 곧바로 송금하는 것은 세법상 문제가 있어 3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K스포츠재단이 거절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약점을 잡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추가 지원을 하려던 것 아니냐'고 묻자, 최 회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승연(65) 한화 회장도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기업 입장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문화ㆍ체육 분야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15분가량 진행된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화그룹의 애로사항을 물었고, 김 회장은 "신경써주셔서 특별히 힘든 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물어봐서 태양광 에너지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주로 대통령이 말하는 것에 화답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후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5억 원을 출연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에 대통령이 독대 때 말한 취지를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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