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구속되면서 삼성에 오랫동안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삼성은 각종 소송과 갈등, 모욕으로 점철된 갤럭시노트7 발열 사태에서 벗어나 모처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려는 찰나였다고 FT는 전했다. 실적 호조에 자심감이 회복됐다. 지난달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구속되는 사태도 피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는 이날 새벽 이 부회장의 전격적인 구속으로 산산조각 깨졌다고 FT는 전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제국에 전반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려던 시기에 구속돼 삼성도 심각한 좌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부회장의 아젠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 개혁과 인수ㆍ합병(M&A) 추진, 주주가치 환원 계획 등이었다. 한성대의 김상조 교수는 “지배구조나 M&A와 관련된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부재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 대규모 M&A를 찾으려는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수개월 전 스마트카 기술 확보를 위해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인더스트리즈를 80억 달러(약 10조 원)에 사들였다. FT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투자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 자체 이미지에도 금이 가게 됐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의 혐의로 삼성은 이제 범죄조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받으려는 이 부회장의 야심도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일상적인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FT는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핵심사업에 대해 3명의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 관리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차세대 갤럭시폰인 갤럭시S8은 올해 3월이나 4월에 예정대로 출시될 전망이라고 FT는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다른 재벌들도 비상에 걸리게 됐다. SK와 롯데는 이미 사업에서 특혜를 받고자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