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시장에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윤영일 의원(국민의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지난 13일 후분양제 도입을 통해 현행 선분양제도의 불합리함을 보완하고, 소비자 중심의 주택공급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주택법 및 주택도시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선분양제는 건설사의 의도적 부실시공, 품질저하, 건설업체 부도 위험 등을 소비자가 부당하게 감내해야 되는 문제점들이 있는 반면, 후분양제는 분양권 전매시장 소멸, 주택품질의 강화, 정부의 주택시장 직접 개입 필요성 약화 등 시장원리에 충실한 주택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동영 의원도 후분양제와 선분양 때 사전입주예약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건설사가 주택을 80% 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법제화하고, 선분양할 경우 예약만 한 뒤 본계약 여부는 1~2년 후에 결정하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도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후분양 보증 및 대출금액 확대와 수수료율 인하 등 지원 방안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시 후분양제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분양제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1977년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된 바 있다. 선분양제는 건설사가 전체 사업비의 일부만 부담하면, 일단 주택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주택공급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투기 수요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아 정부는 2003년 후분양제 도입을 전격 검토했다. 하지만 여러 반대 논리에 표류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며 흐지부지 묻히게 됐다.
후분양제는 소비자가 집을 보고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수년에 달하는 공사기간에 들어가는 건설자금을 마련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중소형 건설사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데 후분양제를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건설사들만 주택사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공급이 줄어들고 사업비가 늘어나는 만큼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져 소비자와 건설사 양측 모두 부담이 커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