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히는 SK·롯데·CJ 등 다른 대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최우선 수사 대상임을 분명히 하며, 다른 기업들의 의혹을 들여다볼 시간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이 이달 28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되면서,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특검이 전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제출한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 사태와 연관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압박이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만약 법원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까지 모두 뇌물로 간주했다면 다른 출연 기업도 수사의 칼날을 쉽게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SK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K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최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최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고, SK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68억 원, 43억 원을 냈다.
SK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연장된다고 해서 상황이 별로 달라질 건 없다”며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차은택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CJ그룹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CJ 간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안종범 수첩’을 확보했다.
면세점 사업인가 특혜 의혹을 받고 롯데그룹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45억 원을 출연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 현안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날 전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롯데관계자는 “면세점 신규 특허와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