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의 부동 자금 어디로 흘러들까

입력 2017-02-15 07:00 수정 2017-02-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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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형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수요 여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유동자금 1000조원. 아무 때나 사용가능한 시중의 자금이 이만큼 풍성하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일정기간 인출이 제한되는 저축성 예금보다 필요할 때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다.

국가 경제가 안 좋아 산업 설비 자금으로 활용되지도 않는다. 기업이나 큰 손들은 그냥 돈을 쌓아 놓고 때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큰 돈은 잘 움직이지 않지만 소소한 자금은 그런대로 유통이 잘 된다. 주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든다. 투자 규모는 몇 억원 대다. 더러 10억원 대도 있지만 대개는 오피스텔이나 분양형 호텔, 다세대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용으로 금액 대는 1억~2억원 가량이다.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다 보니 매달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돈이 몰린다.

그래서 곳곳에 분양형 호텔· 오피스텔 분양이 활기다.

이미 공급과잉으로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수준인데도 끊임없이 출시되는 양상이다.

구입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지어 놓아도 팔리지 않으면 개발 사업을 벌일 리가 없다.

대도시 내 주거용 오피스텔이야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지만 변두리 관광지 주변 분양형 호텔은 예후가 어둡다.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제주도 분양형 호텔시장도 과부하다. 더욱이 요즘 중국 관광객 감소로 빈 객실이 수두룩하다.

당초 분양업자가 장담한 수익률은 물거품이 된지 오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객실 가동률이 65% 정도 돼야 투자수익률이 5% 정도 나온다. 50% 밑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손해다.

분양업자들은 10% 이상 가능하다고 했으나 말짱 거짓말이다. 호시절에도 그만한 수익률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의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 객실 가동률은 60%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평균이 그렇다는 소리다. 위치가 좋고 시설이 잘 구비된 호텔은 붐빈다. 하지만 외진 지역의 인기가 없는 호텔은 절반을 채우기 힘들다.

그런데도 분양형 호텔은 계속 쏟아진다.

제주도에는 2013년부터 분양형 호텔 붐이 일었다. 그해 2009실이 분양됐고 그 다음해에는 5092실, 2015년에는 1257실이 공급됐다. 현재 허가받은 물량도 3000~4000실로 추정되고 있어 제주도는 호텔 천국이 될 판이다. 분양형 호텔을 제외한 일반 관광호텔 객실만도 2018년 4만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입장에서는 숙박료가 싸져 좋겠지만 투자자는 본전 찾기도 힘들어진다.

제주도의 호텔 분양시장이 한계에 이르자 사업자들이 전국 각지 관광지나 산업단지 주변으로 옮겨갔다.

인천 송도·영종도, 경기도 화성·평택·용인·수원·파주, 강원도 속초·강릉·평창 등이 대표적인 분양형 호텔 사업지대다.

그러나 이런 곳은 수요가 한정적이어서 수익률이 제주도보다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분양가가 비싼 반면 숙박료를 높이 받을 수 없어 그만큼 수익률이 낮아진다.

그런데도 호텔 객실은 잘 팔리니 어쩌겠나.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어 5%대의 수익률만 나와도 만족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외곽지대는 도시 내 부동산과 사뭇 다르다.

우선 수요변수가 많다. 트렌드에 민감해 수요가 들쭉날쭉할 것이라는 말이다.

건물이 노후화됐을 때도 고민이다. 관광객은 낡은 시설을 좋아하지 않아 객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확률이 높다. 이는 수익률과 직결돼 그만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새로운 광관지가 개발되면 경쟁력이 없는 곳은 사람이 외면할 여지가 많다. 찾는 사람이 줄면 호텔 사업은 자연적으로 위축될게 뻔하다.

도시 부동산은 가격 상승 여력이 있지만 외곽지대 수익형 부동산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

분양업자가 제시하는 투자 수익률에 눈이 어두워져는 안 된다.

10년,20년 후를 생각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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