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이 출간한 ‘씨이오 톡’은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신화를 창조해낸 스타트업과 강소기업 창업자 36인의 도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업의 승패란 항상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5년 후, 10년 후에도 건재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창업 후부터 이제까지 괄목할 만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2008년 코스메슈티컬의 박설웅 대표가 창업할 당시, 화장품 시장에는 이미 850개 기업이 있었다. 지금은 9000개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험난한 시장에서 창업 7년차인 2015년 매출을 747억 원으로 늘린 기업가가 바로 박설웅 대표이다. 사업 초기 경험이 많은 직원들에게 뼈아픈 배신을 당한 후 훌훌 털고 패기 있는 젊은 사원들과 함께 일어섰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마스크팩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박설웅 대표는 “직원들이 신제품을 만들면 제가 최종 결정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시장을 보는 안목을 키우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초창기 대(對)일본 수출에서 클레임이 발생하고 나서 회사의 모토를 ‘전 분야에서 확실해야 한다’로 바꿨다. 30%에 육박하던 불량률은 0.5%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기회가 없다고 툴툴대는 사람들에게 그가 해주는 조언은 단순 명료하다. “레드오션이라도 항상 성공하는 회사가 있고 블루오션이라도 항상 실패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명함, 전단, 현수막, 배너 등과 같은 영세 자영업 아이템으로 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되는 시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해외 직판 플랫폼 기업인 티쿤글로벌 김종학 대표는 “국내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인터넷 쇼핑몰일지라도 해외로 시야를 넓히면 여전히 블루오션일 수 있다. 한국을 넘어서면 전 세계 65억 명의 소비자가 보인다”고 강조한다. 그가 이 분야에 눈을 뜬 것은 2002년 국내에서 의뢰받은 상품을 일본의 야후와 옥션을 통해 구매해주는 경매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예컨대 한국에서 100장에 4500원 하는 명함이 일본에서는 2500엔에 거래되기 때문에 50% 가격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그는 애드프린트 회사를 세웠고, 더 나아가 해외 직판 플랫폼에 진출하였다. 티쿤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2016년 5월 기준 7억3900만 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요거베리 요거트 메이커로 성공한 후스타일의 김진석 대표, 쌈 샐러드로 널리 알려진 아시아종묘의 류경오 대표, 국내 도금 기술의 독보적인 존재 대도도금의 정광수·정광미 형제 대표 이야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꽃은 창업가다. 누구나 창업의 대열에 뛰어들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사람들의 인생과 사업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조금 더 심층 분석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러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