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으로 한풀 꺾인 주택시장에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10일 100일을 맞는 11·3 대책의 직격탄과 함께 또 다른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면서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강남권 분양 단지인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는 잠원동 한강변이라는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10여 채의 미분양 가구가 남아 있다. 경쟁 단지로 손꼽혔던 잠원동 아크로리버뷰가 11·3 대책의 여파를 피해 가며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11·3 대책 이후 분양시장에서는 메이저 브랜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완판되지 못해 내집 마련 추첨(무통장 무순위 사전예약제)까지 가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이 서울(24.42대 1)을 압도할 정도로 청약 열풍이 일었던 부산도 분위기가 크게 반전됐다. 지난해 11월 전국 1~3순위 총 청약자 수는 전달 82만6254명에서 반토박 난 46만 명으로 급감했고, 12월에는 30만 명으로 다시 후퇴했다.
기존 주택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4535건)은 2013년 1월(1196건)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3구 거래는 작년 11월부터 석 달 동안 3590건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작년 9월 2.9%까지 상승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대책 직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대책이 나오기 직전 35주간 16.8%까지 올랐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집값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 1월 둘째 주까지 11주 연속 추락했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46주 만에 꺾였다.
업계는 11·3 카드가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고 진입장벽을 높여 청약시장의 투기 수요를 밀어내는 역할을 했지만, 지나친 강도로 불필요하게 시장을 냉각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겨냥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전체 주택시장의 동력을 상실시켰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금리인상 가능성과 대출금리 상승, 공급과잉 등 이미 예고된 악재 속에서 대책의 여파까지 더해져 정부가 적절한 타이밍과 강도로 시장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은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그나마 살아나겠지만, 회복이 쉽지 않아 강남권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