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추진해 온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특검 수사로 인해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삼성 등 일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던 재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검의 칼날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과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던 공정위를 겨누면서 법안 통과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 특검이 정부세종청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공정위 부위원장실을 비롯해 사무처장실,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를 압수수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공모 혐의와 관련한 특정 그룹의 지원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까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확정하려고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다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무산된 이유가 특정 그룹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호도됐기 때문”이라며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특정 그룹과 관련된 게 아니다”라고 재차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특검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서 올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 체제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허용하면 삼성 등과 같이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그룹들은 별도의 지분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통과되지 않을 땐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한창인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삼성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해, 다시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이 경우 전제조건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돼 삼성물산 밑에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배치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고, SK그룹도 올해 8월까지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져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야당 측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땐 통과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다는 점에서다.